우리는 제주에 이주해 와서 이곳에 하나하나 추억을 쌓는 중이다.
며칠 전 제주음식을 함께 배웠던 친구와 추억 여행을 하기에 좋은 카페에 다녀왔다.
카페를 잘 다니지 않는 나도 이 카페는 벌써 다섯번째 방문인 듯하다.
그러다 보니 내 생애 가장 자주 간 카페가 되기도 했다.
게다가 전에도 말했듯이 요즘 커피에 취미가 붙어 있는데, 여기에서 색다른 추억을 쌓을 기회가 생겼다.
제주에서 내게 추억을 선사한 이 카페는 제주시 북쪽 해안가인 도두동 카페거리에 위치한다.
이 카페에서는 넓고 푸른 바다를 아주 멀리까지 볼 수 있다.
처음 이곳을 알게 된 것은 육지에서 올레길을 걷겠다고 온 후배 덕이다.
그때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가격이었다.
크고 멋진 카페에서 먹을 수 있는 가격으로는 과거의 가격을 연상케한다.
아마도 무인카페로 운영하고 있는 곳이기 때문에 이런 저렴한 가격이 가능한 듯하다.
무인카페라고 적당히 커피메이커로 커피를 제공하거나 인스턴트 커피를 제공하지는 않는다.
아메리카노, 카페라떼, 카푸치노, 더치커피... 그리고 핸드드립커피까지 모두 즐길 수 있다.
이날 친구가 이 카페를 가자고 한 것도 그간 내가 연마한 핸드드립 커피를 마셔보겠다고 해서였다.
사람이 아는 만큼 보인다고... 전에는 핸드드립 커피에 관심이 없던 나였어서 이 카페에서 핸드드립 커피를 내려 마실 수 있는지도 모르고 있었다.ㅜㅜ
커피뿐 아니라 차도 각종 허브차에 국산차까지 즐길 수 있다.
그리고 각종 과일 쥬스와 아이스크림까지 준비되어 있는 카페이다.
또하나 우리의 추억을 자극하는 것은 바로 '센베이 과자'를 종류별로 준비해놓고 있다는 것이다.
접시에 한접시 담으면 단돈 천원인데, 무인카페이므로 무한 리필도 가능하다.^^
분위기도 핫한 카페에 전혀 뒤지지 않는 곳이다.
특히 이 카페에서 우리의 추억을 자극하는 것은 따로 있다.
이 난로는 모양만 난로이고 전기로 불꽃을 만들어주는 요즘의 그런 난로가 아니다.
옆에 있는 장작을 때는 진짜 장작 난로이다.
그래서 그 열기가 따뜻하고 강렬하다.
옆에 앉아 있으면 군고구마라도 구워먹고 싶은 생각이 새록새록난다.
그리고 곳곳의 벽면을 빼곡히 장식하고 있는 이 메모장들..
우리는 어딘가 여행을 가서 그곳에 추억을 남기고 싶어서 수취인이 없는 이런 메모를 하고 압정으로 꽂아놓고 왔던 추억이 하나씩은 있을 것이다.
그 메모는 아직도 그곳에서 수취인 불명인 상태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겠지??
여기에 많은 사람들이 자기만의 갬성을 총동원해서 무언가 끄적끄적해 놓고 갔다.
자, 우리도 우리의 추억을 만들어 보자.
핸드드립 커피를 내려 마실 수 있는 도구가 이렇게 여러 세트 마련되어 있다.
핸드밀이라고 하는 손으로 직접 커피콩을 가는 그라인더와 일정한 물을 부울 수 있는 코가 가늘고 긴 드립 전용 주전자인 드립 포트와 드리퍼와 서버 등이 다양한 디자인으로 준비되어 있다.
그리고 케냐, 에티오피아, 동티모르의 볶은 커피콩이 있다.
우리가 선택한 것은 케냐와 에티오피아 커피이다.
이곳에 준비되어 있는 도구들이 우리집에 있는 것보다 훨씬 좋다.
도구가 낯설어 이제 겨우 핸드드립 커피를 내리기 시작한지 며칠 안 되는 나는 조금 떨리고 설렜다.
친구를 위해 정성껏 핸드드립 커피를 내려주고, 함께 제주에서 살아가는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우리의 이야기가 시작되고부터 사진이 없다...ㅜㅜ
우리에게는 수다만으로도 부족한 저녁시간이다.
특히 친구는 제주살이 8년차에 약간의 슬럼프를 겪고 있어서 할 이야기가 많은 것 같다.
우리는 제주도 해안가에 있는 무인카페에서 우리가 직접 내린 핸드드립 커피를 마시며 제주살이에 대한 깊은 이야기를 나누는 추억을 한장 써내려갔다.
제주에 점점 추억이 쌓이고 있다.
그래서 점점 제주가 좋아지고 있다.
맛집정보
노을언덕
이 글은 Tasteem 컨테스트
추억이 새록새록, 당신만의 식당 에 참가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