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낙동강 종주 자전거 길을 6일만에 마무리하는 날이다.(아주 오래 걸린 거임.ㅜㅜ)
아침 일찍 일어나 안동역에서 안동댐까지 자전거로 이동했다.
그리 멀지 않아 금방 도착했다.
낙동강 종주 자전거길의 시작점이라 낙동강하구둑에 있는 비석이랑 같은 것이 여기에도 있다.
안동댐은 특이한 지점이다.
국토종주를 하는 많은 사람들이 안동댐쪽으로 올라오지 않고, 상주상풍교에서 그냥 새재길로 접어든다고 한다.
그랜드 슬램을 하려고 하는 사람만 안동댐에 온다고 하더니 정말로 사람이 별로 없다.
물론 우린 그랜드 슬램을 꿈꾸고 있기 때문에 안동댐 인증센터에 와서 꼭 도장을 찍어야 했다.
독립코스로 65킬로나 와야 하니 대부분 여기는 그냥 패쓰하는 듯하다.
안동댐에 와서 도장 하나 찍는데, 왕복해서 130킬로를 달려야 하니 그럴 수도 있겠다.
130킬로면 엄청 빨리 달리는 사람들도 하루는 달려야 하는 거리이다.
하지만 와 보니 분위기도 좋고, 어쨌든 댐에서 내려가는 코스라 길지만 쉽게 내달릴 수 있어서 좋았다.
안동댐에는 유인 인증센터가 있어서 낙동강 종주 인증 스티커도 받았다.
제일 힘들다는 낙동강 코스를 완주했다는 인증 스티커이다.
이날 65킬로를 달려 새재길과 갈리는 곳까지 가야 완주지만 우선 여기서 이걸 발부받을 수 있다.
나는 53,517번째 완주자이다.^^
자전거에 붙인 스티커도 점점 늘고 있다.
안동댐에는 월령교라는 운치있는 다리와 댐 가운데 광고에나 나올 법한 멋진 정자가 있다.
월령... 달 그림자... 아주 멋진 이름이다.
안개가 자욱하니 더 멋지다.
기록 경쟁하듯 종주길을 달리지 말고 이렇게 멋진 풍경도 감상하며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우리는 아침으로 사온 김밥을 월령교를 감상하며 먹고 출발했다.
안동댐에서 내려가는 코스에도 높은 언덕이 두개 있다.
엠티비 자전거를 타고 가는 한 팀이 계속 우리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했다.
그 사람들이 월등히 빨라 우리를 항상 앞질러 가지만 언덕에서 너무 힘들어 언덕을 넘은 후 정자에서 그들은 오랫동안 쉰다.
우리는 너무 가파른 언덕이라 그냥 끌바로 넘어가니 크게 힘들지 않아 쉬고 있는 그들을 앞질러 간다.
그러다 보니 여러번 앞서기니 뒤서거니 했는데, 우리는 "뭐 죽어라 달려도 가는 건 우리랑 비슷하네."라고 생각했는데, 그들은 우릴 보고 어떤 생각을 했을지 궁금했다.
아마도 작은 자전거라고 얕잡아는 봤겠지?ㅋ
자전거 쉼터에서 만난 또다른 멋진 분들이다.
부부인데 정년퇴임하고 둘이서 국토종주를 하고 계신단다.
충북 제천에 사신다는데, 나도 태어나긴 거기서 태어나 반갑게 인사를 했다.
갓난 애기 때 살았던 곳이라 내 기억에는 제천에 대한 건 아무 것도 없지만 호적상 어쨌든 내 고향이다.
아저씨의 말씀 중 중요한 얘기가 있었다.
"내가 살아보니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은 인생을 잘못 살고 있어요. 젊어서는 죽어라 일만 하느라 놀지도 못하고, 나이 들어 놀려니 건강이 안 따라줘 못 놀아요. 젊어서도 잘 놀고 나이 들어서도 잘 놀아야 하는데..."
그러면서 과감히 시간을 내서 자전거 여행을 쉬엄쉬엄다니고 있는 우리를 많이 칭찬해주셨다.
그리고 악명높은 새재길이 그닥 힘들지 않다는 말도 해주셨다.
오히려 낙동강길이 더 힘들다고...
우린 그 길은 이날로 완주니 이제 유람할 일만 남은 건가?ㅋ
그분들과 많은 이야기를 하고 우린 구남장터에 있는 칼국수 집에서 점심을 먹었다.
시골 장터다운 맛과 가격이었다.
점심을 먹고 다시 상주쪽으로 들어서니 들녘에는 벼가 노랗게 익어가고 있다.
추석이 다가오는 한국은 가을가을하고 있다.
들판을 달리다가 우리밀을 가공하는 공장이 있다고 해서 사진을 한장 찍어 두었다.
밀을 가공하는 곳은 흔히 볼 수 없는 곳이다.
이래저래 전국을 돌다보니 귀한 것도 보게 되었다.
상주상풍교 도착으로 낙동강 종주 코스를 완주했다.
여기는 사실 새재길의 시작점이다.
이날은 새재길로 접어들어 점촌역에서 묵기로 했다.
점촌은 우리가 살던 상주랑 가까워 상주살 때 자주가던 곳이었고, 상주 정착에 많은 도움을 주셨던 언니도 살고 계시는 곳이다.
숙소에 짐을 풀자마자 연락했더니 아저씨랑 같이 나오셔서 돼지갈비찜에 점촌에서 제일 맛있다는 만복이 막걸리도 사주셨다.
음식도 맛있었지만 일년만에 보는 언니도 너무 반가웠다.
우리가 사람 놀래키는데는 선수라며 시골서 잘 살다가 갑자기 제주도로 이사가더니 뜬금없이 자전거를 타고 왔다고 하면서 정말 반가워하셨다.
술 몇잔 마신 아저씨 흥이 나셔서 많은 얘기도 하셨다.
"아니 이런 코딱지 만한 자전거로 국토 종주를 어찌한데?"하셔서 빵 터짐.ㅋㅋ
"이화령은 차도 없고 완만한 경사라 힘들어도 올라갈 만하다. 올라가면 거짓말 조금 보태서 수안보까지 내리막으로 한번에 갈 수 있다."라고 뻥도 치심.ㅋㅋ
즐거운 시간이었다.
이날은 두개의 언덕이 힘들었지만 그래도 전체적으로 내리막이라 오랫만에 장거리를 왔다.
총 92킬로. 다리가 뻑적지근하다.
이로써 낙동강 종주 자전거길 완주하는데 6일이 걸린 셈이다.
6일에 걸쳐 찍은 낙동강 상류와 하류 인증 도장들이다.
이 글은 2017년 브롬톤 자전거로 국토종주를 했던 여행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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