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렇게 간지나는 어촌마을은 처음이다.
'간지' 라는 표현을 쓰는 것이 왠지 쑥스럽고 창피하다. 누가 뭐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부족한 어휘 실력을 스스로 탓하게 하는 그런 표현이다. 하지만 이만큼 나의 감정을 잘 표현한 어휘도 없는 거 같다.
그렇다. 노르웨이 로포텐의 이 어촌마을, 어촌마을이라고 하기에 '간지'난다.
어촌 마을 하면, 최소한 내 머릿속에는 그랬다. 비릿내가 나고, 지저분한 생선 내장을 원치 않아도 마주치더라도 투박한 표정과 말투를 지닌 사람들과 인사를 하는 것을 '다정함'이라 여기고 푸근함을 느끼는 것.
하지만 이 마을은 웅장하고,탄탄하며 믿음직스럽다.
이 어촌마을은 이름이 누스 피요르드이다.
혹시 지금 이렇게 묻고싶은가? “피요르드? 그 세계지리 시간에 배운다는 빙하지형 피요르드?” 그렇다. 그 피요르드다.이 마을은 그 피요르드에 위치한다.
피요르드, 그 지형이 주는 웅장한 기운을 배경으로 한다는 것 자체부터가 '간지'가 난다.
노르웨이는 석유가 나오기 전에는 그럭저럭 나름 잘 살던 나라였다.특히나 이 지역의 주 수입원은 대구잡이, 어업이었다. 그들은 그들의 ‘생계의 뿌리?!’에 대해서 자랑스러워했다. 이 곳에 있는 작은 박물관 안에는 이 마을의 역사에 대해서 영상을 찍어놓은 것이 흘러나왔고, 그 당시 사용했던 작업기구들이 가득했다. 그들의 삶이 내 안에 들어오는 오묘한 기분이었고, 그 자부심이 내 마음에 꽂혀 나까지 자부심이 느껴지는 설명할 수 없는 기이한 현상이 일어났다.
그때 어부들의 집인 'Rorbu(로르부)’는 관광객이 머물고 갈 수 있는 비싼 호텔로 탈바꿈했고, 큰 작업장은 박물관으로 단장했다.이 마을의 주된 역할은 바뀐 듯했지만, 여전히 이 마을의 기운은 그대로인 듯했다.
대자연의 웅장함! 이라는 말이 입 밖으로 저절로 나왔다.'웅장함'이라는 마을 내 혀와 입을 이용해서 입 밖으로 꺼내본 적이 언제 있는가? 그저 글로 읽고 쓰기만 했던 단어이다.
딱 그 말이 어울리는 곳에서 그 단어를 내 입으로 이야기할 수 있음에 감사했다. 한쪽에는 깔끔한 작업 복장을 한 사람이 생선을 한 손에 잡은 실제 모형이 있다. 얼굴 모양만 쏙 오려냈다. 그곳에 얼굴을 집어넣어 사진을 찍으면 되는데, 이 순간, 이곳에서 어부가 돼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이런 그림 같은 풍경이라면 자연에 어울려 자연에 빌붙어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관광지로 탈바꿈했다지만, 여전히 어촌 역할을 하는 것인지 아니면 이 곳에 머무르는 관광객의 눈을 즐겁게 하려고 하는 것인지 곳곳에 대구가 말려져 있다.그러다가 거대한 생선 머리를 발견하고서는, 흉측한 표정을 나도 지어본다.내가 이곳이 '진짜구나'라고 생각한 하나의 상징물이기도 하다.
지금의 누스피오르드가 이 모습을 하기에는 수많은 노력이 들어갔다고 한다. 그저 ‘옛날 어부의 집인데, 우린 이제 배도 부르고, 아쉬울 거 없으니 이용하고싶으면 돈 많이 내세요! ‘라는 도둑 심보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 오래된 어부의 집 수상가옥을 최대한 살려내어 그 기운을 잃지 않게 하고, 머물러가는 사람들이 불편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 수많은 고민과 노력이 있었을 것이다.어느 한 건축가는 그것을 위해 이곳에서 자신의 인생 15년을 바쳤다고 했다. 이번엔 경제적 용기가 그 금액을 앞서진 못했지만, 다음에 오면 꼭 한 번 로르부에서 하룻밤을 지내보리라.
그쳤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비가 계속 온다.축축한 날씨가 싫은지 갈매기들도 해괴하게 울어댄다.갈매기가 이렇게 낭만 없는 새인지 몰랐다. 건물 벽에 둥지를 튼 것은 귀엽긴 하지만,이 날의 사운드 이펙트는 과연 '갈매기의 울음’ 이였다. 빗방울이 점점 굵어지니 이제 슬슬 떠나야지.
그렇게 작은 어촌마을을 벗어나 또 이 아름다운 로포텐제도를 탐험한다.그러다가 대형 덕장을 발견한다. 그 자체만으로 멋진 풍경이다.사실, 이 배경에 뭘 가져다 놔도 예술이 될 거 같다. 오늘도 이 예술 옆 어느 한 곳에 텐트를 친다.이 날 고른 곳은 입지가 정말 예술이었는데, 공짜로 이용했다니 죄책감까지 든다.그렇게 이날도 꿀잠을 잤다.
이 글은 스팀 기반 여행정보 서비스
trips.teem 으로 작성된 글 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