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4주기다. 그간 많이 잊어왔다. 언제나 미루어오기만 했던 작업을, 며칠간 밤새 촬영하고 연주하고 편집했다.
<보이지 않는 도시들 : 프로코피아>
미술 / 연주 / 촬영 / 편집 : @thelump
Painting / Piano / Shoot / Edit : @thelump
음악 : 에릭사티 - 짐노페디 3
Music : Eric Satie - Gymnopedies No.3
레퍼런스 : 보이지 않는 도시들
Reference : Invisible Cities (Italo Calv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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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2주기때 썼던 일기를 꺼내어본다.
잊지 않겠습니다 - 라고 함께 외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요즘에는 가끔 집회를 나가도 구호를 외치지 않는다. 나는 잘 망각하고 잊어버리는 사람이란 걸 알았기 때문에 이제는 함부로 뭔가를 입 밖으로 외칠 수가 없다. 사실 2014년 4월에 팽목항에 갔을 때도, 안산 분향소에서 자원봉사를 했을 때도 나는 펑펑 울었지만 마음 깊이 슬퍼하진 않았던 것 같다. 한 번도 '내 일'이라고 진심으로 생각해 본 적은 없다. 유족의 심정을 생각하면 눈물이 나지만 언제나 딱 그 순간뿐이 아니었던가. 나는 내 눈물을 의심한다. 순간의 슬픔을 의심한다. 요동치는 감정을 의심한다. 아니, 사실은 요동치지 않았음을 고백한다.
어제부터 하루 종일 세월호 관련 노래를 들었고, 오늘 오후에는 광장에 나갔다. 발 디딜 틈 없는 광장에 사람들은 가득 모였다. 사람들 위로 비는 쏟아졌고 시간이 갈수록 더욱 거세졌다. 사람들은 모두 젖고 있었다. 물에. 점점 더. 그리고 난 적당히 젖은 채 빠져나왔다. 2주기가 된 오늘 하루만큼은 끝까지 자리를 지키겠다는 내 알량한 다짐은 거센 비바람과 추위를 견디지 못하고 단 두 시간만에 발걸음을 돌려 집으로 돌아오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나는 내가 딱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번거로움만을 소비할 뿐이었다. 언제나.
그러니 잊지 않겠다는 말, 그건 내 깜냥을 넘어서는 말이에요. 내일은 잊지 않을 수 있겠지만, 모레는 장담 못해요. 나는 잘 잊어요. 미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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