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년에도 딱 이맘때쯤이었다. 뜨거운 여름이 끝나갈 때쯤.
온 등이 아프더니 급기야 왼팔 사용이 불편한 상태가 되었다. 왼손으로 물건을 잡으면 근육에 힘이 들어간 채로 풀리지 않았다. 병원에 다니고, 물리치료를 받고, 개인 필라테스를 하고, 마사지용 라크로스 볼을 끼고 살고 그렇게 3달을 보낸 후에야 정상으로 돌아왔다.
물론 자세가 안 좋았던 게 가장 큰 이유였겠지만, 햇볕을 못 쬐는 환경과 극심한 운동 부족도 원인이라고 여겨 올여름에는 조금 더 신경 써야겠다고 마음먹었다. 하지만 올해 여름은 또 다른 이유로 집 안에만 머물러 있었고, 여름이 끝날 때가 오니 또다시 하나둘 안 좋은 곳이 생겼다.
지난 주말 외식을 하고 나오는데 갑자기 다리가 가려웠다. 돼지고기와 소고기를 취급하는 음식점이었기에 또 알러지 반응인가 싶었는데, 다리에 홍반이 생겼다. 어제 친구에게 그 이야기를 했더니 설마 이런 모양은 아니지? 라며 그림을 보여줬다. 그 친구가 말하는 병명을 들으며 혹여나 하는 생각에 겁먹었지만, 검색해보니 그럴 가능성은 적을 것 같다. 정확한 것은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면역력이 떨어진 것 같다.
6월부터 40도가 넘다 보니 지난 3달간 햇빛 아래서 걷는 것은 주차장에서 건물로 들어갈 때뿐이었다. 게다가 걷는 것 자체도 쇼핑몰 안에서만 가능했기에 심할 땐 일주일간 걷는 시간이 1시간도 안 되었던 것 같다. 더운 여름의 또 다른 단점은 장을 보는 횟수가 줄어든다는 점이다. 날이 시원할 때는 왕복 20분 거리인 마트에 매일같이 걸어 다니며 신선한 재료를 사 오는 데 반해 여름에는 일주일에 2번 정도 차를 타고 장 보는 것이 다고, 그래서 생채소를 섭취할 일도 줄고 외식의 비중도 늘어났다.
9월 중순인 지금은 아직 최고 기온이 40도가 넘지만, 드디어 최저기온이 29도로 떨어졌다. 오전 8시가 32도라고 하니 이제는 모자를 쓰고 장을 보러 다녀도 될 것 같다. 이참에 딱 100일만 밀가루 음식과 튀긴 음식, 유제품도 멀리할까 싶다.
- 여의사 선생님이 있는 피부과를 방문하려다 보니 이제 겨우 예약만 잡았고 상담은 못 받았다. 그래도 처음 간 곳에서는 다음 주 화요일에나 가능하다고 했는데, 두 번째 방문한 곳에서는 오늘 저녁 시간을 잡아주어서 다행이다.
병원 출입은 언제나 스트레스로 다가온다. 아프기만 할 뿐 아직 진단을 받지 않았을 때의 공포감이 가장 심한 것 같다. 이곳에 온 이후에는 병원 출입에 있어 또 하나 스트레스가 생겼는데 그것은 언어의 장벽 때문이다. 생활 영어나 업무에 관련된 영어는 그래도 먹고 살 수는 있을 정도로 하는 편이지만, 병원에 방문하면 모르는 단어가 참 많이도 쏟아져 나온다. 남편이나 고양이 때문에 병원에 갈 때는 예상되는 단어를 미리 찾아보거나 질환에 대한 설명을 영어로 된 웹사이트를 통해 찾아보기에 그래도 대화가 가능한 편인데, 내가 갑자기 아파서 병원에 갈 때는 아무런 대비를 할 수가 없다. 그래서 작년 한 번은 진단 소견을 듣던 중 구글 번역기를 내밀었던 적이 있다. 내밀 때는 당당했는데, 이후에 아예 영어 한마디 못하는 사람 취급을 하자 아픈 그 와중에도 자존심에 화가 났다.
오늘은 또 무엇을 읽고 가야 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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