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어느 날] 8. 2번째 기회는 좀 더 능숙하게. 하지만

1. 허파에 바람든 날
2. 김칫국 들이키던 나날들
3. 헤드헌터에게 그리 적합치 않았던 상품
4. 이상적이진 않지만 이거라도 한 번
5. 첫번째 전화 인터뷰는 지나가고
6. 다시 처음부터 맨 땅에 헤딩
7. 인터넷으로 보는 Python 알고리즘 시험 에서 이어집니다.

전편 줄거리
어느날 우연히 헤드헌터에게서 연락을 받아 뉴욕 금융계라는 신세계에 눈을 뜨고 행복한 상상에 즐거워하지만, 시간이 지난 채 아무 소식이 없자 불안감이 커진다. 그래서 그 헤드헌터에게 연락을 취했더니, 기대치 않았던 채용 공고를 하나 받게 되었고, 전화 인터뷰까지 하게 되었으나 진전이 없었다. 이후 내가 할 수 있어 보이는 Python Developer라는 직업에 도전하지만 인터넷을 통한 테스트를 망치게된다.


나의 미국 첫 정착지는 메릴랜드이다. 그리고 현재 살고 있는 곳도 메릴랜드이다. 10여년동안 이곳에서만 살아왔다. 한 곳에서 산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자 이제 먼 다른 주로 이주하는 것에에 막연한 두려움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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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시작은 뉴욕이었다. 뉴욕은 차로 4시간 거리이고 몇 번 가본 곳이라 심리적 저항감이 적었다. 그런데 뜻대로 직장이 쉽게 잡히지 않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심리적 저지선을 조금씩 조금씩 넓히고 있었다. 일단은 '시카고까지는 가볼까' 하는 생각에 저번 Python 테스트를 봤었다. 더하여 텍사스의 Austin이나 플로리다의 Tampa같은 따뜻한 지역은 좀 더 멀어도 가볼 마음이 생겼다. (저런 곳은 생활비도 싸니까..) 그런데도 마땅항 자리가 없자, 결국 보스턴까지 넓어졌다. (나나 아내나 추운 걸 별로 안좋아한다)

보스턴 지역에서 나온 채용 공고도 저번 시카고의 A Capital과 유사했다. 다만 이번 공고는 리크루팅 전문 회사에서 나와서 실제 일하게 될 회사에 대한 정보는 알 수 없었다. 여기에 지원한 후 담당 리크루터와 전화통화를 했다. 그는 내 경력을 마음에 들어 했는데, 이후 나에게 보스턴에 친척이나 누구 아는 사람이 있냐고 했다. 난 없다고, 친구가 한 명 있는데 못 본지 10년도 넘었다고 했다. 그랬더니 그런데도 정말 보스턴 올 마음이 있냐고 물었다. 나야 좋은 오퍼만 있으면 안 갈 이유가 없다 했지만 그에겐 여전히 좀 이상해보였나 보다. 그리고 그는 내게 원하는 연봉을 물었고, 역시 이번에도 15만불을 불렀는데, 그는 보너스까지 쳐서 아마 맞춰줄 수 있을 거라고 했다. 어감상 느껴지길 이번 공고에 나온 일은 연봉의 100% 200% 보너스가 나오는 그런 일은 아닌 것 같았다.

이번에도 1차 테스트는 Python 테스트다. 이번 테스트 초대장에는 어떤 제휴 사이트 같은 건 안보였다. 다만 초대장에 간략한 설명이 있고, 그리고 실습해볼 수 있는 링크가 주어졌다. 실습 링크를 눌렀더니 저번에 시험본 환경과 유사한 웹사이트가 펼쳐졌다. 이번에는 당연히 이 회사의 시험 문제를 검색했으나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결국 저번과 같이 아무 것도 모른채 시험장에 들어섰다. 이번에는 60분에 5문제이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5개 중에 4개 풀었다. 마지막 문제만 좀 까다로웠고, 그 까다로운 문제 다 못한채로 시간이 다 되었다. 마지막 문제 못 푼 것에 대해 변명할 생각은 없다. 별로 후회가 남지도 않았다. 그냥 할 만큼 했다. 그런데 사실 마음에 걸리는 것은 2번 문제였다.

1번에서 3번까지의 문제는 쉬운 문제였다. 대략 5-10분 정도면 마무리 할 수 있는 것들이었다. 2번 역시 그런 문제로써, 막힘없이 약 10여줄의 코드를 작성하고 실행시켰다. 그런데 당연하다고 여긴 코드가 제대로 돌지 않는다. 뭐 그리 어려운 구조도 아니어서 다시 한 번 찬친히 보면서 혹시 어디 오타 있나 살폈는데, 아무 이상 없어보였다. '왜 안되지...'

가끔 그럴 때가 있다. 너무 당연하고 쉬운 문제가 갑자기 해결이 안되면, 어려운 문제 만났을 때보다 더 당황하게 되는 것이다. 이번 문제도 그런 상황이었다. 그래도 침착히 한 줄 한 줄 결과 값을 보며 확인해 나갔는데, 한 줄 문제가 있는 부분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게 참..
내 코드에 문제가 있었냐고 물으면 난 '아니오'라고 말 할 수 있다. 그 부분은 너무나 당연히 되야 하는 부분이었다. 마치 print("hello") 라고 했으면 당연히 hello라고 출력되어야 하는 그런 부분이었다. 너무 이상해서 내가 이 문제의 전체 답 코드를 복사해서 내 컴퓨터에서 따로 돌려보았는데, 내 컴퓨터에서는 아무 문제없이 잘 돌았다. 이건 틀림없이 문제를 내는 웹사이트 측에서 문제가 있는 것 같았다.

여기서 어이없이 시간 10분을 날렸고, 이 문제는 제대로 코드를 짜도 실행이 안되니 못 푼 것으로 표시가 되었다.


시험이 끝나고 생각해보았다.
과연 저 웹사이트의 오류는 고의일까 아니면 실수일까?
시험 보는 사람 당황시키기 위해 일부러 그 부분이 실행 안되도록 조치를 취한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 당황시켜 상황 대처 능력을 보는 건가? 쳇... 바로 눈 앞에 목적지가 있는데 빙빙 둘러가는 다른 길을 찾아봤어야 했을까. 아니면 간단한 문제고 어차피 답도 아는데 위 코드가 어찌되든 그냥 마지막에 print(답)이라고 한 줄 추가해서 답이라도 맞출 걸 그랬나. 아니 이것과 상관없이 어차피 마지막 문제 못 풀면 탈락인가? ㅠㅠ

생각이 많아지는 날이었고,
'안되는 건가' 하는 체념이 커지는 순간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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