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추억하다 #1. 그간의 발자취

먼나라 이웃나라


어린 시절의 내가 외국이라는 개념을 제대로 인식하게 된 계기는 만화, <먼나라 이웃나라> 때문이었다. 아직도 기억나는 것은, 처음 이 책을 읽었을 때 내용을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그 당시 나는 외국=미국이라고 생각했기에, 유럽의 역사가 나오는 책의 1권을 읽으며 혼란에 빠졌다.
지금처럼 인터넷 검색이 가능한 시절도 아니고, 어릴 때부터 쓸데없이 자존심이 강했던 나는 부모님 등 그 누구에게도 여쭤보지 못한 채, 만화책을 읽고 또 읽고서야 내가 가진 세계관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금은 내용을 거의 잊었지만, 내가 가장 좋아했던 편은 프랑스 편이었으며, 와인, 코냑, 꼬꼬뱅 등의 프랑스 음식을 접하는 재미에 책이 닳도록 읽고 또 읽었던 기억이 난다. 역시 나는 술을 좋아할 운명이었나보다.

대항해시대


나는 컴퓨터 게임을 좋아한다. 지금도 간혹 플레이하곤 하는데, 대부분은 심시티, 삼국지, 대항해시대 등 어릴 때부터 했던 시리즈물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대항해시대 2로, 세계지리 과목을 공부하는 데 아주 큰 도움이 되었다. 방과 후 매일같이 전 세계를 항해하던 나로서는 딱히 지도를 힘들게 외울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게임 때문일까? 나는 여행하는 것을 좋아하며, 북미/남미보다는 유럽 여행을 선호하는 사람이 되었다. 또한 여행지가 주요 항구도시일 경우 주점에 들러본다거나(난 항구를 떠도는 철새요!), 광장에서 아코디언으로 연주되는 곡을 감상하고, 해양/해군 박물관에 가서 한참을 머물곤 하는데, 이는 모두 대항해시대 2와 대항해시대 온라인, 그리고 게임을 했던 시절의 나를 추억하기 위함이다.

부러웠던 친구들


우리 집은 IMF를 비껴가지 못했다. 대학생이던 시절, 학기 중에는 장학금을 받기 위해 공부하기 바빴고 방학 때 아르바이트로 번 돈은 학기 중에 용돈으로 써야 했다. 부모님께 받은 용돈으로 여행 다니는 친구도 부러웠지만, 학기 중에 아르바이트 한 돈으로 방학 동안 여행을 다녀온 친구들 역시 부러웠다.

취업 후에 알게 된 것은 그간 나를 괴롭혔던 그 돈이 생각보다 쉽게 벌 수 있는 액수였다는 것이었다. 돈은 벌지만, 시간이 없어진 나는 그제야 학자금 대출이라도 받아서 여행 갈 생각을 하지 않은 것에 대해 후회했다.

여행을 꿈꾸다


취업 후 첫 해외 여행지는 가까운 일본이었다. 매일같이 반복되던 일상과는 달리, 오감이 살아나는 느낌이 너무나 좋았다. 그 이후로는 매년 해외여행을 계획했고, 휴가에 대한 희망으로 회사 생활을 버텼다.

어느 날, 10년 차 선배가 갑자기 퇴사한다는 얘길 꺼냈다. 평소에 존경하던 선배는 아니었지만 인사치레로 앞으로 뭘 하실 것이냐고 여쭤봤다.
그런데 "잘 모르겠지만, 일단 혼자 이집트에 50일간 여행 갈 거예요."라는 말을 듣는 순간 그 선배가 처음으로 멋있게 느껴졌다. 그리고 나도 언젠가 퇴사하면 혼자 여행을 떠나 보겠다는 결심을 했다.

그리고 지금


2년 전에 퇴사한 후, 두 달이 멀다 하고 여행을 다녔다. 여행을 좋아해서이기도 하지만, 지난날에 대한 보상 심리 때문인 것도 같다.
여행기를 글로 남기려는 시도는 여러 번 했지만, 사진을 고르고 편집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오래 걸려 어느 순간 뒷전으로 미뤄졌다. 이러다가는 영영 정리하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에 일단은 한 주에 한편의 여행기, 또는 관련 글을 쓰는 것을 마나마인 내 여행 채널에서의 목표로 삼았다.


이 글은 아래의 글을 바탕으로 쓰여진 글입니다.

다음 글 : [뉴질랜드] 뉴질랜드 여행 일정, 비용 및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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