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서스 패스에서 출발했던 우리는 예상에 없었던 Cave Stream Scenic Reserve에서의 동굴 탐험을 즐기고, 다시 목적지인 오아마루로 향했다.




아서스 패스의 산길과 이후에 만난 평야도 아름다웠지만, 가끔 만나는 작은 마을이 그렇게 반가울 수 없었다.

이곳의 4인용 방은 약 17만 원으로 깔끔한 숙소였다. 거실에는 4인이 앉을 수 있는 식탁과 퀸사이즈 침대, 안쪽 방에는 싱글 베드 2개가 있다. 또한 차로 3분 거리에 Countdown이라는 대형 마트가 있어서 간만에 장도 볼 수 있었다.

블루 펭귄을 볼 수 있다는 Oamaru Blue Penguin Colony에는 저녁 7시에 도착했다. 블루 펭귄은 낮 동안 바다에서 머문 후 해가 지면 서식지로 오기 때문에 집으로 돌아가는 펭귄을 볼 수 있는 펭귄 쇼도 저녁에 시작하는데, 실제 펭귄이 몇 시에 올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우리는 남들에 비교해 늦게 도착한 편이라 펭귄을 2~3m에서 볼 수 있는 프리미엄 좌석은 이미 매진이었다. 남아있던 일반 좌석은 선착순으로 앉게 되어 있고 프리미엄 석보다 뒤에 위치해서 펭귄을 제대로 볼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결국 우린 그곳에서 보기를 포기하고 오는 길에 봤던 선착장 위의 블루 펭귄이나 보자며 밖으로 나갔다.

멀리 보이는 선착장 위에 조그만 까만 새들이 보였기에 우리는 그 새가 블루 펭귄이라고 생각했다. 얼른 해가 져서 블루 펭귄 무리가 바닷속으로 다이빙하길 기다리며 한참 사진을 찍다가 남편이 물었다.
남편 : "그런데 펭귄이 저길 어떻게 올라가지?"
나 : "계단이 있겠지~"
아무 생각 없이 대답했지만 뭔가 이상하다고 느꼈던 우리는 각자 웹서핑을 시작했고 저 새는 가마우지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한 블루 펭귄 행사장에 들어가지 않고도 블루 펭귄을 봤다는 블로그를 찾았는데, 마침 거기에 나온 사진이 우리 옆에 있던 'Charlotte Rose'라는 배 사진이었다. 그렇게 우린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블루 펭귄을 기다렸다.



1월 1일의 뉴질랜드는 오후 8시가 넘어서야 해가 지기 시작했다. 1시간 넘게 보던 풍경이었지만 해가 지는 동안 주위의 색이 계속 변해서 사진을 찍지 않을 수 없었다. 이때가 'Golden Hour'라는 것은 올해 스팀잇에서 알게 되었다. 같은 풍경이라도 날씨에 따라,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사진. 그것이 사진의 묘미인 듯하다.
우리는 해가 지자마자 펭귄이 나타날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펭귄은 밤 9시가 되어도 나타나지 않았다. 그래도 꿋꿋이 기다렸는데 그 이유는 야광 조끼를 입고 차량을 통제하려 나타나신 동네 할머니 두 분과 아까 봤던 펭귄 표지 때문이었다. 차량이 볼 수 있도록 설치된 펭귄 표지는 왠지 많든 적든 펭귄이 이 길을 지나간다는 것을 뜻하는 것 같았다.
기다린 지 3시간쯤 되었던 밤 9시 55분. 갑자기 바다에서 엄청 빠른 물체가 헤엄쳐왔다. 그러더니 엄청 조그맣고 귀여운 펭귄(최대 크기가 30cm)이 육지로 나와서 물을 털었고, 곧이어 다른 펭귄들이 속속들이 등장했다.

플래시는 펭귄 눈에 치명적이라는 행사장의 문구가 있어 사진은 대충 찍고 눈으로 구경하고 있었는데, 그런데도 플래시를 터트리는 관광객이 있어 화가 났다. 그깟 사진 몇 장 얻어서 뭐가 남는다는 건지. 제발 에티켓 좀 지켜줬으면 좋겠다.
우리는 뒤뚱거리는 펭귄을 상상하며 왔는데, 얘네는 엄청 귀엽게 발발거리며 돌아다녔다. 10cm 높이나 되는 계단도 잘 뛰어오르고, 옆의 무리가 자기 식구라고 착각했다가 잘못 서 있었음을 깨닫고 식구를 찾아 돌아다니는 펭귄들까지, 상상도 못 한 귀여움이 있었다.


펭귄들도 사람과의 삶에 적응했는지, 각 무리의 대장 펭귄은 길을 건너기 전에 차가 오는지 두리번거렸다. 또한 펭귄도 조심하지만 아까 봤던 할머니 두 분께서 펭귄이 길을 건널 때마다 차량을 통제하셨다. 덕분에 모든 펭귄은 무사히 길을 건널 수 있었고, 주민들에 의해 자발적으로 보호되는 이곳의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이날 저녁엔 사슴고기 스테이크에 도전했다. 소금, 후추, 와인, 오렌지 제스트와 함께 구웠는데 평소에 요리하던 고기가 아니라 손질법을 잘 몰라서였을까? 다른 고기에 비교해 질긴 편이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사슴은 지방이 별로 없어 요리할 때 기름이나 버터를 많이 사용해야 한다.


다음 날 아침엔 Yellow Eyed Penguin Colony에 갔지만, 시간대가 맞지 않아 펭귄은 볼 수 없었다. 대신 숙소에서 요리한 아침 식사를 그곳 해변에서 먹고 한참을 누워있었는데, 파도 소리, 자글자글 몽돌이 부딪히는 소리에 계속 그곳에 머물고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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