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아마루에서 출발한 우리는 크롬웰로 향했다. 우리의 최종 목적지는 퀸스타운이었지만, 어차피 자동차는 다음날 오전까지 반납하면 되었으므로 이날은 운전 시간도 줄일 겸 퀸스타운에서 가까운 도시, 크롬웰에 묵기로 했다.
크롬웰에서 머문 숙소는 Lake Dunstan Motel이었는데, 이곳은 우리에게 2가지 행운을 선사했다.
숙소 무료 추가
우리는 아고다를 통해 4인용 숙소 1개를 예약했는데, 이 모텔은 3인 숙박까지만 가능했나보다. 예약을 한 지 한참 지난 어느 날 아고다에서 전화가 와서 자초지종을 한참 설명하더니 무료로 방 1개를 추가 제공하겠다고 했다.
숙소 예약 웹사이트에서 가격 공지를 실수하는 일이 가끔 있는데, 보통은 해당 숙소에서 예약 확인 후 가격을 정정한 메일을 보내며 예약을 취소할지에 대한 여부를 묻지만, 이 모텔은 즉각 확인하지 않은 것 같다.
Cromwell Wine & Food Festival
숙소에 도착한 후 체크인을 위해 인적 사항을 기록하는 도중 종이 밑에 깔린 전단이 보였다. Cromwell Wine & Food Festival이라고 되어 있었는데, 날짜를 보니 당일, 그것도 마침 현재 진행중이었다. 주인아저씨께 와인 축제에 대해 여쭤봤더니 잘 모르겠다고 하셨지만, 짐을 풀고 나니 주인아주머니께서 오셔서 장소도 설명해주시고, 심지어 축제 장소인 Old Cromwell Town Historic Precinct로 태워주셨다.

축제 장소에 도착 후 입장료를 내고 와인잔을 받았는데, 이 잔을 들고 여러 부스를 돌며 와인을 골라서 사 마실 수 있었다.

위 사진에서 보이는 천막이 모두 근방에 위치한 와이너리 부스로, 부스마다 4~5가지 종류의 와인을 팔고 있었다. 하나하나 맛보면 엄청 많은 와인을 시음할 수 있지만, 한 잔당 NZD $5(약 4,000원) 정도 했기에 각 부스에서 특이한 이름을 가진 와인을 골라 마셨다.
제일 맛있었던 건, TOSQ의 Flora였다. Gewurztraminer랑 Semillon이 블렌딩 된 와인인데, 복숭아 향과 꽃향기가 나면서도 새콤함과 묘한 짭조름함이 느껴졌다. 센트럴 오타고는 피노 누아로 유명한데 여행을 하다 보니 의외로 게뷔르츠트라미너를 키우는 곳이 꽤 있었고, 와인 품질도 괜찮은 편이었다. 우리나라에 수입되는 뉴질랜드 와인은 보통 피노 누아 또는 소비뇽 블랑인데 게뷔르츠트라미너가 혼합된 와인도 수입하면 좋을 것 같다. 남편이 선택한 TOSQ의 로제도 상큼하고 달콤한 과즙 맛이라 와인을 처음 시작하는 분들께 추천해 드릴 만하다.


나의 고기 알레르기 때문에 안주를 다양하게 사지 못했지만, 홍합, 김밥, 바비큐, 피자 등을 와인 안주로 팔고 있었다.
뉴질랜드 녹색 잎 홍합은 관절에 좋아 유명하고 특히 오클랜드에 있는 The Occidental은 오클랜드 맛집으로 유명하지만, 뉴질랜드의 조리법 자체가 좀 느끼한 편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홍합 요리는 한겨울 밤에 소주와 함께 먹는 담백한 홍합탕, 또는 혀와 입술이 얼얼해져도 계속 먹게 되는 신촌 완차이의 매운 홍콩 홍합이라 그럴지도.
로고가 새겨진 이 와인잔은 집에서 달콤하거나 도수가 높은 와인을 마실 때마다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다. 따스한 햇볕 아래서 라이브 음악을 들으며 친한 사람들과 함께했던 소풍. 이 잔으로 술을 마실 때마다 행복한 그때가 떠오르는 건 덤이다.
다가오는 와인 축제는 2019년 1월 5일로 예정되어 있다.

여름의 크롬웰은 와인 축제 이외에도 체리 축제, 철인 3종 경기 등의 이벤트가 열리고, 가을에는 과일 산지로 유명한 도시답게 신기한 과일들이 대형 마트에 진열된다. 또한 퀸스타운에는 대형 마트가 없으므로 퀸스타운에 오래 머물 예정이라면, 미리 크롬웰에 들러 마을을 구경하고 장을 보는 것을 추천한다.
돌이켜보면 이 여행은 차를 타고 이동하는 시간이 참 많았다. 4박 동안 1,200km 이상 돌아다녔고, 차에 타고 있었던 시간을 합하면 17시간은 족히 넘을 것 같다. 두 부부 모두 평소 여행 취향은 한곳에 머물러 여유를 즐기는 것인데, 함께 한 첫 여행이라 욕심을 부린 것인지 아니면 서로의 취향을 모른 채 맞추려다 보니 이렇게 된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자동차 여행은 음악이 필수다. 우리는 한 명만 로밍 서비스를 신청하고 테더링으로 데이터를 공유했기에 음원 스트리밍을 쓰기에는 데이터가 모자랐다. 어쩔 수 없이 각자 휴대폰에 담긴 곡을 번갈아 가며 틀었는데 다들 취향이 비슷하면서도 또 달라 흥미로웠다. 하지만 따로 음악을 준비해서 온 게 아니다 보니 분위기가 처지는 음악이 나올 때도 있었고, 같은 노래를 반복해서 들어 지겨워지기도 했다. 만약 또 장거리 운전 여행을 하게 된다면 그땐 출발 전에 여행에 어울리는 음악 플레이리스트부터 준비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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