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제주민 일기. 제주에 와서 한동안은 동네에 있는 마트에서 장을 봤습니다. 동네 마트만 가도, 서울서는 못 보는 식재료들 천지입니다. 마트서 파는 회도 서울과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고, 구워먹을 생선이나 육류도 다양합니다. 제주의 당근, 감자, 사탕옥수수 등의 농산물도 사는 등 마트서 장 보는 재미가 쏠솔했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한 가지 발견한 것이 있습니다. 아니, 발견하지 못한 것을 하나 알아챘습니다. 이상하게도 제주할망을 마트에서 단 한번도 마주친 적이 없는 겁니다. 제주에 그 많은 할망님들은 어디서 장을 보고 계신가요?
그곳은 바로 오일장이었습니다.

세화오일장은 5일 0일에 열리는데요. 제주 각 지역 오일장마다 열리는 날이 다릅니다. 열리는 시간대도 다르니, 미리 알고 가야 합니다. 함덕오일장은 새벽에 열려 오전에 끝나기 때문에 시간맞춰 가지 않으면 허탕을 칩니다.
오일장에 가서 느낄 수 있는 재미 중에 하나는 제주서 나는 농수산물이 무엇인지, 또 무엇이 제철인지를 보다 분명하게 느낀다는 것입니다. 북적이는 오일장의 모습을 잘 찍고 싶었는데요. 괜찮은 사진을 건진 게 없네요.. 톳, 우뭇가사리, 고사리 등을 말린 것들도 있었고, 블루베리, 옥수수 등의 제주산 제철 농산물도 팔고 있더군요.

우도 땅콩, 멸치와 김, 미역 등 말린 건어물도 많습니다.

옛날 재래시장답게 카세트 테이프를 팔고 있었습니다. 마트서 볼 수 없는 제주할망들 모두 이 시장에 와서 장을 보고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6월은 멸치철입니다. 두툼하고 신선한 멸치를 바가지 한가득 담아도 5천원 밖에 안되고, 집에서 절반은 튀겨먹고 절반은 조림을 해서 상추쌈밥으로 먹으면 됩니다. 맛은요. 실로 엄청납니다. 글로 표현 못합니다. 제주선 멸치튀김을 '멜튀김'이라고 하는데요. 이 계절의 별미입니다.
01 - 비행기를 타고 출퇴근하다
02 - 직업병을 못 버리고 제주신문을 읽다
03 - 나는 왜 제주로 이주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