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스틸컷과 공정이용
스팀잇에 #kr-movie 태그와 함께 뛰어난 영화후기들이 많이 올라오고 있는데, 영화후기를 읽다보면 많은 경우 글 중간중간에 스틸컷이 삽입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영화를 무단 복제하는 것이 금지된다면, 영화 스틸컷을 사용하는 것 역시 혹시 저작권을 침해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원칙: 저작권 침해
저작권법상 보호되는 저작물이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을 말하는 것이므로 영화는 당연히 저작물에 해당하고, 영화 스틸컷은 이러한 영상저작물의 복제물에 해당하므로 이를 저작권자의 이용허락 없이 사용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저작권 침해행위에 해당합니다(영화 포스터 역시 마찬가지).
그런데 이런 반발심이 들 수 있습니다. 아니.. 영화를 보고 스틸컷까지 곁들여 감상을 나눔으로써 더 많은 사람들이 좋은 영화를 알게 된다면 이는 모두에게 좋은 일 같은데.. 저작권을 보호하는 것도 좋지만 우리들의 자유를 너무 제약하는 거 아니야?
예외: 공정이용
일리 있는 지적입니다. 저작권법은 저작권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법이지만, "문화 및 관련 산업의 향상발전에 이바지함" 역시 목적으로 하고 있는데, 이것도 안 된다, 저것도 안 된다고 하여 무조건 권리만을 강화한다면 저작물의 유통이나 이용을 제약하여 오히려 문화의 발전을 저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 저작권법에서는 "공정한 이용을 도모하기 위해" 일정한 경우에는 저작권을 제한하는 규정을 두고 있는데, 스틸컷의 사용에 대하여는 다음 조항을 적용해볼 수 있습니다.
저작권법 제28조(공표된 저작물의 인용) 공표된 저작물은 보도·비평·교육·연구 등을 위하여는 정당한 범위 안에서 공정한 관행에 합치되게 이를 인용할 수 있다.
즉, 영화 스틸컷과 같은 "공표된 저작물"을 " 비평" 등을 위하여 "정당한 범위 안에서 공정한 관행에 합치되게" 이를 "인용" 한다면 저작권 침해행위로 보지 않고 면책되는 것입니다.
어디까지 공정한 인용인가?
위 면책규정이 있다고 해서 스틸컷을 사용하는 모든 경우 면책되는 것은 물론 아니겠지요. 관련하여 법원에서는 저작권법 제28조 공정이용에 해당하기 위한 요건을 다음과 같이 설시하고 있습니다.
구 저작권법(2009. 3. 25. 법률 제952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8조는 “공표된 저작물은 보도·비평·교육·연구 등을 위하여는 정당한 범위 안에서 공정한 관행에 합치되게 이를 인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에 해당하기 위하여는 인용의 목적이 보도·비평·교육·연구에 한정된다고 볼 것은 아니지만, 인용의 ‘정당한 범위’는 인용저작물의 표현 형식상 피인용저작물이 보족, 부연, 예증, 참고자료 등으로 이용되어 인용저작물에 대하여 부종적 성질을 가지는 관계(즉, 인용저작물이 주이고, 피인용저작물이 종인 관계)에 있다고 인정되어야 하고, 나아가 정당한 범위 안에서 공정한 관행에 합치되게 인용한 것인지는 인용의 목적, 저작물의 성질, 인용된 내용과 분량, 피인용저작물을 수록한 방법과 형태, 독자의 일반적 관념, 원저작물에 대한 수요를 대체하는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3. 2. 15. 선고 2011도5835 판결)
이를 요약하면,
- 위 면책규정이 적용되기 위해서는 "비평"등을 목적으로 해야 하며
영화의 스틸컷을 이용하여 비평 글 등을 작성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영화의 줄거리를 세세하게 설명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면 면책규정의 적용을 받을 수 없습니다.
- 인용저작물이 주이고 피인용저작물이 종인 관계에 있어야 하고, 인용된 내용과 분량이 과도해서는 안 되며,
예컨대 스틸컷이 해당 포스팅의 80%를 차지한다면, 이는 스틸컷이 오히려 주가 되는 것이므로 면책규정의 적용을 받을 수 없습니다. 자신이 쓰고자 하는 비평이나 감상평이 양적·질적으로 주가 되어야 하고, 영화 포스터 등은 자신의 글을 보충·예시하는 부수적 용도로 이용되어야 합니다.
- 원저작물에 대한 수요를 대체하는 것이어서는 곤란하다는 것입니다.
해당 스틸컷을 보면 더 이상 원저작물(영화)을 볼 필요가 없을 정도로 과도해서는 곤란합니다.
- 그 밖에 출처를 표기해야 합니다.
영화 제목과 영화의 제작자 등을 화면상 일반인이 알 수 있는 방법으로 명시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한 줄 요약
영화 후기를 올리면서 스틸컷을 이용하실 경우에는, 인용규정의 요건에 합치되도록 정당한 범위 내에서 공정한 관행에 합치되는 방식으로 출처를 밝히고 사용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kr-movie 의 흥행을 기원합니다.
추가
안녕하세요. 미처 몰랐던 사실인데 @golbang님께서 댓글로 말씀해주셔서 추가합니다. 포털에 공개되어있는 사진들은 제작사와 배급사들이 홍보를 목적으로 공개했기 때문에 상업적인 용도가 아닌 포스팅 정도로는 사용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다만, 이걸로 인한 이차수익에 대해서는 별도의 허가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소중한 의견 주신 @golbang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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