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병 때가 있었지 나도.
아, 뭐 군대에서 족구 찬 이야기 하려는건 아니다.
확실한 인증샷?
남양주군쪽에 복무했는데 덕소로 훈련을 나간적이 있다.
거기서 도자기 만드는 요(窯)를 보게 되었다. 오 마이 가뜨!
내가 도예과 3학년 마치고 군대 온거 아니던가?
반가운 마음에 들어가보니-
주인장이 도자기를 만들고 계시는데 인사 드려본즉-내 10년 선배네? 세상에....
인사 넘죽 드리니 그 분이 내가 귀여운 후배라서 그랬는지 우리 중대원 15명에게 식사를 대접했다. 막걸리까지!
난 중대장을 비롯 고참들에게 엄청나게 사랑받는 존재로 일시에 격상되어 버린 것이다.
난 쫄병답지 않게 막거리 두어잔 걸치고 약간 남는 시간에 흙으로 사람의 두상을 하나 쪼물럭거리고 만들었다.
그리고....세월이 흘렀다.
국방부 시계는 뒤집어놔도 간다고 하더니 나도 전역하여 그 흔한 복학생이 되었다.
복학한 첫날이던가?
한 여자애가 쭐래쭐래 다가왔다. 보아하니 함께 공부하게 된 2년후배임이 분명한데...
"한치선 형 맞죠?"
"어, 맞아."
"이거 형 물건이죠?"
아....이건....그때 그 곳에서 만들어둔 두상 아닌가?
"나 거기서 선배한테 도예공부해요. 그 선배가 그러더라구요. 한치선이라는 녀석이 군시절에 만들어두고 갔는데 꽤 괜찮아서 유약 발라 구웠놨다고. 그래서 내가 보관하고 있었는데...이제 주인 만났으니 드릴게요. 받아요!"
...................................그렇게 우린 만났고...........................................
그로부터 2년후-
설악산-3월인데도 눈발이 나리는 신혼여행이었다.
우린 함께 아침을 먹는 사이가 되었다. 공식적으로-
그 때 그 두상.....이건 보이지 않는 세계에서 미리 정해둔 어떤 신호였을까?
저 얼굴...어쩌면 내가 늙은 후의 모습일거라는 생각이 든다.
아...시간은 요염하게 휘어져 과거와 미래를 뫼비우스 띠마냥 이어버리곤-
아! 문득 그 선배님이 생각나서 찾아보니....
가슴이 뭉클하다. 이제 많이 늙으셨구나! 흙과 함께 불과 함께...
@tata1/48caqz-bootoon-1 ----(붓툰 제2화-까칠녀의 어퍼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