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싱가포르엔 맛있는 음식이 참 많습니다.
어학연수와 교환학생을 모두 싱가포르에서 해서, 한국에 돌아오고 나서 그리워했던 음식들도 꽤 있었는데요.. 그래서 남편이 한국에서 퇴사 후, 함께 기념 여행을 간 곳도 싱가포르였습니다. 저희가 사귀고 난 후 첫 데이트를 했던 곳이거든요 :)
한국에 돌아오고 나서 생긴 관광 명소는 마리나 베이 샌즈, 유니버설 스튜디오, 싱가포르 플라이어 정도밖에 없어서 저희 여행의 주 목적은 맛집 투어였습니다.
싱가포르에 가신다면 꼭 드셔야 할 음식이 있습니다. 칠리/페퍼크랩, 락사, 피시 헤드 커리인데요. 물론 치킨라이스, 반미안, 호키엔 미, 삼발 스팅레이, 빠꾸떼, 야쿤 카야 토스트 등도 드시면 좋지만 그 아이들은 중국과 말레이시아에서도 드실 수 있으니 일단 패스하겠습니다.
칠리/페퍼크랩은 워낙 유명하고, 피시 헤드 커리는 인도 풍의 생선 커리를 중국 식으로 바꿨달까요? 그래서 싱가포르에서만 드실 수 있습니다. 락사의 경우에도 말레이시아에도 락사를 드실 수 있지만 싱가포르 락사와 맛이 다릅니다. 저는 코타키나발루에서 먹었었는데 좀 걸쭉하고 노란빛이 강한, 어쩌면 카레 우동에 가까운 듯한 락사였어요. 싱가포르 락사의 특징은, 코코넛밀크가 들어가고, 채소와 해산물만 사용한다는 것입니다.
제 돼지고기 알레르기 때문에 더 이상 빠꾸떼, 치킨라이스, 반미안은 먹을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치킨라이스는 왜?라고 생각하실 텐데요. 전통적인 치킨라이스의 경우 치킨을 삶을 때 돼지고기를 함께 넣습니다.
그래서 위에 열거한 나머지를 먹고 왔는데요. 그중 하나가 오늘 소개드릴 SUNGEI ROAD LAKSA입니다.
SUNGEI ROAD LAKSA는 이슬람 느낌이 물씬 풍기는 하지 레인의 윗 동네에 있습니다. 몇 년 전만 해도 교통 편이 어려웠는데요, 올 초에 가보니 근처에 지하철역이 생긴 것이 아니겠습니까! Jalan Besar 역에서 내려서 5분 정도 걸어가시면 됩니다.
가격은 단돈 3SGD. 2,400원 정도입니다.
단점이 있는데, 양이 적습니다. 남성분이시라면 2개를 한 번에 시키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하지만 어차피 이것저것 다 맛봐야 하는 여행자이므로 양이 적은 것도 좋긴 합니다.
예전에 뉴욕타임스에 소개가 된 적도 있고, 점심시간에는 항상 대기 줄이 긴 집이라 이제는 피곤하신지 No photo.라고 붙여 놓으셨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구석에서 소심하게 사진을 남겨봤습니다. 오전 10시 40분, 애매한 시간에 갔더니 줄을 서지 않고 먹을 수 있어서 참 좋았어요.

맛은 어떨까요?
매콤, 신맛, 단맛 그리고 코코넛 밀크로 인한 고소한 향까지 한 번에 느낄 수 있는 국물. 게다가 옆에 묻힌 삼발 소스는 젓갈, 고춧가루, 설탕, 샬롯, 마늘, 생강 등이 들어가서 한국인의 입맛에 딱입니다.
고명으로는 어묵, 고수(정확히는 우리가 아는 고수는 아니고 laksa leaf, Vietnamese coriander라고 불리는 허브입니다.), 숙주, 피조개, 다진 새우가 들어갑니다. 피조개이라고 적었지만 익힌 멍게의 맛이 나요. 익힌 멍게를 먹어본 적은 없지만요. 먹다 보면 고기 뭉쳐놓은 것 같은 게 씹혀서 깜짝 놀랐는데, 여쭤보니 새우를 갈아서 만드셨다고 하셨습니다.
싱가포르 락사의 또 하나의 특징은, 스푼 만으로도 국수를 먹을 수 있도록 국수가 잘려 나온다는 점입니다. 되게 매끈매끈한 쌀국수로, 반투명한 그 모양이 오히려 당면같이 느껴집니다. 수프랑 같이 떠서 몇 번 후루룩 먹으면 눈 깜짝할 새에 한 그릇이 비워집니다.

그래서 저는 올해 2월에 혼자 갔을 때, 2개를 주문했습니다. ㅋㅋㅋㅋㅋ 굳이 싱가포르 항공을 선택한 것은 경유하는 게 값이 싸기도 했지만 락사가 먹고 싶었거든요. 밤까지 있었다면 페퍼크랩도 먹고 왔을 텐데, 아마 @flightsimulator 님과 @mylifeinseoul 님은 기억하실지도. 비행시간 맞춰서 공항에 갔더니 그날 활주로에서 사고가 있어서, 제 비행시간이 7시간 늦춰졌는데, 기다리는 것도 힘들었지만, 차라리 처음부터 7시간 늦게 오라고 했으면 페퍼크랩을 먹고 올 수 있었다는 생각이 자꾸만 들어서 더 화가 났었습니다.
싱가포르에서 락사가 입맛에 맞으셨던 분은 PRIMA TASTE의 LAKSA를 사 오시면 됩니다. 그 회사에서 whole wheat LAKSA 라면도 판매하는데 그건 정말 비추입니다. 니맛도 내 맛도 아닌 맛이거든요. 한번 시도해봤는데, 결국 제가 레몬그라스, 양파, 마늘, 새우 등등을 넣고 재탄생 시켜야 했다는 슬픈 이야기. 그럼 좋은 밤 되세요. 한국은 벌써 6월이네요. 즐거운 여름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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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정보
SUNGEI ROAD LAKSA

Blk 27 Jalan Berseh #01-100, 싱가포르 200027
싸고 좋은 곳은 있다, 가성비 좋은 맛집에 참가한 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