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와디 바니 칼리드에서 출발한 우리는 바다거북 보호구역이 있는 라스 알 진즈로 향했다.
Ras Al Jinz
초록 바다거북을 만날 수 있는 라스 알 진즈는 도심지와 거리가 먼 반면 거북이 투어가 밤 9시, 새벽 5시에만 제공되므로, 편한 여행을 위해서는 보호구역에서 제공하는 숙소와 음식점을 이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객실이나 저녁, 아침 뷔페 음식은 마음에 들었으나, 자리에 앉자마자 주문을 받길래 당연한 듯 주문한 과일 주스가 뷔페에 불포함이라는 점은 실망스러웠다. 심지어 다른 곳에서 먹는 것 보다 훨씬 비싸 왠지 속은 기분이랄까?
숙소에 짐을 풀고, 저녁을 먹은 우리는 거북이 박물관을 둘러보며 초록거북 및 그 외 바다거북의 서식지 등에 대해 구경했으나, 아마도 초록거북이 오만, 예멘 등지에 서식한다고 본 것 같을 뿐 2년이 지난 지금은 머릿속에 남은게 거의 없다.
우리가 택한 거북이 투어는 밤 9시 투어였다. 숙소에서 금방일 줄 알았던 거북이 산란 해변은 생각보다 먼 곳이었지만, 밤 시간에는 거북이를 보호하기 위함인지 차량 통행이 금지되어 숙소에서 해변까지 약 30분가량 걸어야했다.

언제까지 걸어야 하는지 모르는 상태로 깜깜한 길을 걷는 동안 내 눈에 들어온 것은 북두칠성, 오리온자리를 포함한 밤하늘의 별이었다. 사진으로 남기고 싶었지만, 삼각대를 숙소에 두고 와 어쩔 수 없이 숨을 참고 별 사진을 찍어 보았는데, 배경과 함께 한 사진은 죄다 흔들리고 대체 어디에서 찍었는지 알 수 없는 별과 달만 존재하는 사진 하나만 건졌다.

드디어 산란 장소에 도착한 우리는 팀 별로 모여 가이드의 설명을 듣기 시작했다. 우리는 겨울인 2월에 방문했기에 알을 낳고 돌아가는 어미 거북을 볼 수 있으며, 만약 7월~9월에 올 경우, 부화한 새끼 거북이가 바다로 들어가는 장면도 볼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그 시기에는 바다로 향하는 새끼 거북을 노리는 새들도 함께 모인다고 한다.
여러 마리의 새끼 거북이 바다로 들어가는 광경도 멋있을 것 같지만, 아부다비의 7월이 40도가 훌쩍 넘는 만큼, 그 시기의 여행은 썩 내키질 않았는데, 가이드에 의하면 의외로 이곳의 여름 온도는 30도를 넘지 않는다고 한다.



거북이의 시력을 보호하기 위해, 손전등은 가이드에게만 허용되며, 카메라 플래시를 이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대신 붉은빛은 사용할 수 있다.
알을 낳고 바다로 돌아가는 거북이는 한참을 기어서야 해변에 도착했지만, 하필 그날따라 파도가 강해 바닷속으로 안착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육지로 떠밀려왔다.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애처로웠지만, 그래도 한참 시도 끝에 모두 바다로 돌아갔다.

이곳은 거북이가 산란을 위해 모래를 판 장소이다. 하지만 날이 추워, 알은 낳지 않은 채 다음을 기약하며 바다로 돌아갔다고 한다.


해변에서 별을 찍지 못했던 아쉬움 때문에, 숙소로 돌아온 우리는 카메라와 삼각대를 가지고 밖으로 향했다. 하지만, 너무도 밝았던 달빛 때문일까? 아무래도 기대한 것만큼 멋있는 사진이 나오진 않았다.



다음날 아침, 다음 목적지로 향하기 전, 어제 들렀던 해변에 다시 한 번 들렀다. 그곳엔 어젯밤의 그 거센 파도는 온데간데없이, 기분 좋은 소리와 함께 부드러운 거품이 밀려드는 해변만이 남아있었다.
Wadi Shab

친구의 추천으로 들렀던 와디 삽. 이곳에 들어가기 위해선 와디 삽 주차장에 주차 후, 배를 타고 강을 건너야 한다.

배에서 내려서 마주한 풍경은 높은 산, 그리고 또 산이었다. 그 모습에 어쩐지 오색 약수터 뒤의 설악산이 떠올랐다.

이번 오만 여행은 너무나 급하게 결정되었고, 사실 몰디브 여행에서 돌아온 다음 날 오만으로 떠났기에, 목적지는 결정되어 있었으나 그곳이 어떤 곳인지에 대한 정보는 거의 알지 못했다. 때문에 어떤 풍경을 마주하게 될지 모른 채 그저 사람들이 걷는 방향으로 함께 걸어갔다.

따로 정해진 길이 없기에 어떤 돌을 밟을지 정하는 것은 각자의 몫이다.




그리고 걷다 보니 목적지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지는 별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지금 걷고 있는 길 자체가 너무나도 멋있었다.


그리고 그 끝에는, 아주 긴 맑은 계곡이 있었다. 산 중턱에서 물가까지 내려가는 길 또한 따로 마련되어 있지 않아 당황스러웠지만, 이곳에서 시멘트로 만들어진 계단을 마주하는 것 보다는 훨씬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곳 역시 어떻게 소문이 난 것인지, 꽤 많은 사람들이 그늘막을 친 채 수영과 선탠을 즐기고 있었다. 물 온도 또한 놀기엔 딱 좋았던 기억.
사실 이곳에서 물놀이를 하는 것도 좋았지만, 만약 한밤중에 별사진을 찍을 수 있다면 정말 좋을 것 같다. 과연 1박이 가능한 곳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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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지 정보
● Ras al Jinz Turtle Reserve محمية راس الجنز, Sur, Oman
● Wadi Shab, Tiwi, Oman
관련 링크
● http://www.rasaljinz-turtlereserve.com/index.ph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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