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출을 보러 걸어 나온 바닷가에는 바큇자국이 남아있었다. 누군가는 정말 차를 타고 해변을 달린다는 것이다. 하지만 난 여전히 그럴 자신은 없다.


시골 마을에 위치한 숙소기도 하고, 조식을 포함한 숙박비 또한 인당 3만 원 정도였기에 조식은 기대하지 않았다. 그런데 의외로 허머스, 팔라펠, 페타치즈, 스크램블드에그 등 내가 좋아하는 음식이 가득했고, 따뜻하고 맛있는 짜이티까지 마실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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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 좋게 아침을 먹은 우리는 다음 목적지인 와디 바니 칼리드로 향했다.

도로를 달리다 보니 왼편에 모래 언덕이 보였다. 아부다비-두바이, 아부다비-알 아인, 아부다비-리와 사막을 연결한 고속도로에서도 모래 언덕을 볼 수는 있지만, 안전 문제 상 모두 펜스로 가로막혀있어 사막으로 들어가 볼 수 없는 것과 달리, 이곳은 차가 많이 다니지 않는 국도이기 때문인지 아무런 제제가 없었다.

바퀴가 빠지지 않을 것 같은 곳에 차를 세운 후, 괜히 모래 언덕에 올라가기도 하고, 혹시나 썰매가 가능할까 싶어 비닐봉지를 깔고 앉아 내려와보려 했지만, 비닐봉지 썰매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아부다비에서 보던 높은 모래 언덕은 아니지만, 끝없이 모래 언덕만 존재하는 게 아닌, 돌산을 배경으로 한 사막이라는 점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지도에 위치를 표시하고 싶지만, 그냥 운전 중에 발견한 곳이라, 지금에 와서 지도를 아무리 봐도 위치를 모르겠다.

목적지를 향해 다시 달리다 보니, 예상치 못한 높은 산으로 들어섰다. 대체 우리의 목적지는 어떤 모습이기에 험준한 산이 나타나는 걸까?
Wadi Bani Khalid

와디 바니 칼리드 주차장에 주차 후, 수로를 따라 걸을 때만 해도 어떤 모습을 한 곳일지 예상할 수 없었다.

어느덧 한 할아버지와 함께 나타난 노새. 설마 이 작은 노새를 타라는 건 아니겠지.


주차장에서 걸은지 채 10분도 안되어 맞닥뜨린 풍경은 상상 그 이상이었다. 풀 한 포기 자라지 않을 것 같던 이 돌산 내부에 이런 오아시스와 계곡이 있을 줄이야!

사실 위성사진을 보면 산맥과 사막만 보일 뿐, 그 어디서도 물 한방울 나오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다.

때문에 이곳도 혹시 두바이 근처의 인공호수(Al Qudra Lake)같은 인공 지형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잠시 들었는데, 물이 흐르는 계곡이 본 순간 그 의문은 사라졌다.


알려지지 않은 곳이라고 여긴 이 오아시스에서 영업 중인 음식점을 발견한 것은 의외의 일이었다. 2월의 오만은 여행하기에 최적인 시기이긴 하지만, 무스카트에서 꽤나 먼 이곳에서, 그것도 주 중에 여행객을 만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주위를 둘러보다 보니 동굴이 있다는 것도 표지판이 보였다. 동굴에 대한 흥미는 없었지만, 일단 표지판이 있으니 가보기로 했는데, 길을 걷자마자 20대로 보이는 청년 두 명이 우리에게 달라붙어 계속 말을 걸었다. 대체 왜 이러는 건가 의심쩍었는데, 알고 보니 동굴까지의 길을 안내해주고 팁을 받아 가는 사람들이었다. 극성스러운 호객행위는 불편해서 한국에서 왔다는 대답 이후에 더 이상 말을 꺼내지 않았더니 그제서야 다른 팀을 향해 돌아섰다.



동굴로 향하는 길 곳곳에서 물놀이와 선탠을 즐기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는데, 물론 인적이 드문 장소이긴 했지만, 아무래도 이슬람 국가이기 때문인지 비키니를 입고 태닝하는 사람들을 보는 건 조금 불편하게 느껴졌다.

동굴로 향하는 길은 따로 정비된 트레일 없이 그냥 계곡을 따라 걷도록 되어있어, 간혹 대체 어디로 걸어야 물에 빠지지 않을 수 있는지, 커다란 바위를 넘을 수 있는지 알 수 없는 지점이 나왔다. 그제서야 왜 호객행위를 하는 사람들이 있는지 이해되었다.

그리고 우리같은 사람들을 예상한 가이드가 가장 어려웠던 지점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묵묵히 우리에게 따라오라는 눈빛을 보냈고, 결국 그곳부터 동굴까지 그의 안내를 받으며 걸었다.


사실 이리 저리 둘러보다보면 길을 발견할 것도 같아 괜히 가이드의 도움을 받았냐는 생각이 들었는데, 동굴에 오고 나서야 가이드의 필요성을 알게 되었다. 동굴의 입구가 너무 낮고 좁아 사람이 들어갈 수 있는 동굴이라고 생각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배낭 속에 있던 헤드랜턴을 장착하고 가이드를 따라 기어 내려간 동굴의 내부는 입구와는 달리 앉아있을만한 높이였다. 반갑진 않지만 동굴 내부에는 박쥐가 살고 있었고, 가이드를 따라 끝까지 내려간 결과 동굴 속에 물이 흐르는 것도 볼 수 있었다. 그런데 26도인 외부 기온과는 달리 동굴 내부는 어찌나 덥던지. 열기가 어디서 오는 지도 모르겠지만, 물이 흐르는 만큼 그 열기가 식을 법도 한데, 대체 왜 그렇게 더운지 모르겠다.



동굴에서 빠져나온 후 가이드가 우리에게 작별 인사를 하는 것으로 보아 이번에는 동굴 앞에서 사람들을 기다릴 모양이었다. 감사의 의미로 소정의 돈을 지불하고 왔던 길을 되돌아 나왔다. 한 번 지나왔던 길이여서인지 되돌아가는 길은 크게 어렵지 않았다.
혹시 오만을 다시 여행할 기회가 생긴다면, 이곳만큼은 다시 가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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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지 정보
● Wadi Bani Khalid Pools & Cave, Ibra, O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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