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주 전쯤 다리에 홍반이 생긴 후 친구에게 얘기했는데, 친구가 증상을 듣더니 혹시 라임병은 아니냐고 물었다. 이후 집에 와서 라임병에 대해 검색했는데 홍반 모양이 완전 똑같지는 않으나, 간혹 비슷한 모양인 경우도 보여 확인차 피부과에 내원했다.
의사는 내 다리를 보더니 이 나라에 라임병이 보고된 적은 없지만, 자신이 아는 이런 종류의 홍반은 라임병밖에 없다며 피검사를 하자고 했고, 치료법은 어차피 항생제를 3주 정도 복용하는 것이라 일단 항생제를 복용하면서 피검사 결과를 기다리기로 했다.
항생제를 먹는 건 어딘지 꺼림칙하면서도, 라임병이 조기에 치유되지 않았을 시 발생하는 증상에 심장 질환, 안면 신경 장애, 관절염, 기억 장애 등 만나고 싶지 않은 병명이 많아 어쩔 수 없이 지난 10일간 항생제를 꾸준히 복용해왔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검사 결과가 오늘에야 나왔는데, 다행히도 정상이었다. 이제 항생제에서 해방이다.
- 우리는 이곳에서 차례를 지낸다. 양을 많이 준비하지는 않기에 전과 산적은 보통 당일에 술과 함께 끝나고, 나물과 탕국, 생선구이, 잡채는 이틀 정도 먹으면 사라진다. 여기에 삶은 닭고기나 갑오징어 또는 문어도 올리는데 올해는 삭힌 홍어도 더했다.
남편은 제사를 가져온 것에 대해 나에게 미안해하지만, 내 경우 매일 요리하는 대신, 한 번에 5~6끼 음식을 준비하는 셈이라 부담도 불평도 없다. 올해는 술 없이 전을 먹을 생각을 하니 마음이 아팠지만 어차피 소주를 좋아하지는 않으니 괜찮을 것도 같아 굴전만 부치려던 것을 새우전까지 부쳤다.
그런데 남편이 백세주를 사 왔다. 한국에서는 분명 백세주가 소주보다 비싼데, 이곳에서는 소주가 12,000원, 백세주가 만원 정도에 팔린다고 한다. 술을 열기 전까지는 그러려니 했는데, 막상 차례를 지내는데 백세주의 향기가 온 거실에 진동했다. 차례가 끝나고 음식을 식탁에 올렸는데 전도, 두부구이도, 홍어도 왜 다 안주로만 보이는지.
나와 남편 모두 약을 복용 중이라 술을 맛볼 수 없어 괴로워하다가 번뇌를 없애주겠노라며 남편이 싱크대에 술을 버렸다. 순간 끓여 먹으면 된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남편이 빨랐다. 사케도 불을 붙여 데워먹고, 겨울엔 와인도 끓여 먹는데, 백세주도 끓여서 향과 맛이라도 볼 것을.
- 나는 들깻가루로 무친 고구마순 나물을 좋아한다. 한국에서는 가을이 되면 시장에서 고구마순을 사다가, 또는 밭에서 끊어다가 남편과 함께 껍질을 벗기곤 했는데, 귀찮았던 남편은 제발 껍질이 제거된 고구마순을 사 오라고 했지만, 나는 이상하게 그것이 못 미더웠다.
올해는 마침 건 고구마순이 있어 물에 불려 나물로 만들었는데, 맛있게 잘 먹은 후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났다. 제품 겉면에는 알레르기에 대한 아무런 경고문이 없었지만, 아무래도 들깻가루가 범인인 것 같다.
우리나라는 유독 소고기, 돼지고기를 온갖 음식물과 같은 공장에서 취급하기에, 이곳에 온 후 겪은 알레르기 반응의 반은 한인 마트에서 사 온 된장, 쌈장, 콩가루에 의해서였다. 같은 시설이라 적혔는데도 못 보고 지나친 경우도 있고, 아예 적혀있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이번에는 가벼운 구순염, 결막염, 비염이 함께 왔는데 항생제를 먹는 도중에 항히스타민제까지 먹기는 싫어 그냥 버텼다. 시간은 모든 걸 해결하는지, 항생제를 먹지 않아도 되는 시점이 오니 결막염, 비염도 사라졌고 구순염만 조금 남아있다. 끝까지 안 먹고 버텨야지.
- 드디어 마나마인에 쓰던 뉴질랜드 여행기를 끝냈다. 올 1월부터 5월까지 스팀잇에 썼던 여행기를 옮기고 있었는데, 막상 옮기려고 보니 마음에 들지 않는 글과 사진이 대부분이라 사진도 수정하고 글도 고쳐 쓰느라 시간이 꽤 걸렸다. 아마 또 6개월쯤 후에 보면 마음에 안 들겠지만 일단은 이대로 마무리해야지.
원래는 1주일에 한 편씩 여행기를 올리려 했는데, 왠지 그렇게 진행하다가는 올 1년 내내 뉴질랜드 이야기만 쓸 것 같아 열심히 뉴질랜드 여행기를 끝냈다. 덕분에 계속 뉴질랜드 여행 사진을 보게 되었는데, 그때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라서 좋았다. 여행기를 쓰는 건 자신의 삶에 대한 기록이고, 타인에게 도움이 될 정보이기도 하지만, 행복했던 기억을 떠올릴 수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좋은 일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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