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여름휴가는 제주로 갔어요. 8월 1일부터 5일까지 극성수기 기간이라 왕복 비행기 값으로만 20만원 가까운 금액이 나갔죠. 지금이라면 절대 그러지 않을텐데. 지긋지긋한 일상에서 분리되고 싶었고, 그나마 저렴한 가격에 이국적 분위를 만날 수 있는 곳이 제주라서 였을 거예요, 그때의 나는.
여행 궁합이 잘 맞는 친구랑 둘이서 였어요. 친구는 여행 직전에 자전거 사고를 당했어요. 왼쪽 팔에 기브스를 하고도 서툴게 렌터카를 운전해준 친구가 아직도 고마워요. 제 것은 아직도 장롱면허거든요.
4박 하는 동안 3개 숙소에 머물렀어요. 사진 속 게스트 하우스는 중간 이틀 밤을 보낸 곳이었는데 저렴한 4인실로 예약했어요. 하필 여행기간에 태풍이 겹쳐서 돌아오는 날에만 반짝 나온 햇볕을 볼 수 있었어요.
미우 라는 예쁜 이름의 고양이를 처음 만난 4인실이 아직도 기억나네요. 비바람이 거세져서 체크인 시간보다 일찍 게스트하우스에 갔어요. 주인 언니는 청소 중이었는데 고양이 미우는 2층침대 위에 올라 앉아 우리를 노려봤어요. 유독 무표정하고 어두운 포스의 고양이였는데 이전 주인에게 학대를 받아서 그렇다고 주인부부가 알려줬어요.
도치게스트하우스 는 서귀포 위미리에 있던 게하였는데 아직도 영업중일까요?
방에서 창문을 열면 감귤나무들이 보였어요. 창고를 개조한 넓은 홀에서 괴짜가족을 읽으며 맥주 캔을 기울였던 그 시간이 꿈만 같네요.
비가 그친 밤, 고양이 미우는 게스트들을 피해 문 밖을 바라보며 이따금씩 야옹거렸습니다.
무언가 기다리던 것을 지금은 찾았을까요?
위미리 감귤나무 그리고 고양이 미우,
다시 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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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제일 연재대회 참여 중입니다.
재밌게 봐주시고 보팅 리스팀 해주시면 힘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