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 #9. 더워서 다 귀찮다.

글을 시작할 때는 번호일기가 아니었는데, 쓰고 나서 수정하고 수정하다 보니 번호일기가 되어버린 첫 일기. 스프링필드님 짱.

  1. 할 일이 많은데 오늘따라 다 귀찮다. 다 내가 원해서 하는 일인데, 이상할 따름이다.
    사실 할 일이 많다고 쓰기도 부끄럽다. 돈을 버는 일만 값진 일이라고 생각하는 마음이 내면 어디에 깊숙하게 박혀서 그런 것 같다. 아니면 한글 단어가 애매한 것 같기도 하다. To do list 에 쓸 법한 '일'과, 직업으로써의 '일'은 다른 것인데 같은 '일' 이라고 표현해서 마음이 더 불편한지도.

  2. 요새 스티밋인지, 아니면 첫째한테 정신이 팔려서인지, 집중을 잘 못한다. 그리고 할 일을 미루기 일쑤.
    작년 말 까지는 운동도 꾸준히 했던 것 같은데, 어느 순간 이 핑계 저 핑계로 운동도 안 갔다. 회사를 다닐 땐 운동을 미루는게 바쁜 일정 탓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제와서 보니 전혀 그렇지 않다. 그냥 내 삶의 우선 순위에서 운동이 저 아래에 존재할 뿐이다. 또 이러다 어느 날 몸이 안 좋아지면 지난 날을 후회할 것을 알면서도 밖으로 한 발짝 나가는게 쉽지 않다.
    또 뭘 해야 하더라? 비록 세탁기가 할꺼지만 빨래도 해야되고, 엄마랑 다녀올 여행 계획도 세워야 하고, 아 맞다! 한인마트에서 김치 주문도 해야한다.

  3. 퇴사한지 1년 반이 넘었다. 어쩌면 평생 취업을 못 할지도 모르지만 지금 이 시간이 내가 그토록 꿈꿨던 소중한 시간인 것을 알기에 열심히 놀려고 노력 중이다. 처음엔 여행에 매진 했는데, 요새는 이 글을 읽으시는 대부분의 분들이 아시다시피 사진을 배우는데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매일 찍어야지 마음 먹었는데 어느새 오후 2시 반이다. 나 오늘 뭐 한거지?

  4. 그간 구글 맵에 음식점, 호텔 사진과 리뷰를 간간히 올렸더니 10월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되는 지역 가이드 미팅에 응모하라는 메일이 왔다. 구글에서 비행기, 호텔비 모두 제공하는 좋은 이벤트로, 1분 짜리 영상을 만들어서 보내면 가이드 레벨과 이것 저것 참고해서 150명을 뽑는다고 한다. 무슨 얘기를 할까 고민 하고 있었는데, 이미 응모한 다른 사람들을 보니 레벨이 8, 9, 심지어 10도 있다. 나는 레벨 7. 레벨 5 이상 응모가 가능한 이벤트라 남들 레벨을 확인하기 전 까지는 꽤 높은 편이라고 안심하고 있었는데, 더 높은 사람들을 보니 한참 모자라다는 생각이 들면서 고작 1분 짜리 영상 녹화 하기도 귀찮아졌다. 사진을 모두 투척 하면 8 정도로 레벨을 올릴 수 있을 것 같기도 한데, 왜 이렇게 다 귀찮은지 모르겠다. 아니 사실 장소에 맞춰 900장은 올려야 8레벨이 될 것 같은데 대충 찍은 사진을 올리고 싶지는 않아서 귀찮은거다. 하지만 예전엔 되던 말던 지르고 보는 성격이었는데 이렇게 핑계거리를 만들어 내다니 나 답지 않은 것 같다. 사실 이 글을 쓰는데 걸리는 시간 보다 영상 녹화가 더 짧게 걸릴지도.


    더워서 그런가 보다.


    이렇게 일기를 마쳤는데 생각해보니 구글 본사에 가보고싶다. 글자로만 보던 Mountain View. 갑자기 설렌다.
    금문교를 찍어서 architecturephotography에, 샌프란시스코의 언덕길을 찍어서 streetphotography에 올려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게다가 LA에 있는 친구들도 좀 만나고.


    뭐라고 말 하지?

  5. 또 다시 추가 하는 일기는 높임말입니다. 요 며칠 5개의 사진이 추가로 포토 컨테스츠에 당선되었습니다. 사실 가계에 도움이 될 금액은 아니지만, 누군가가 제 사진을 좋게 봐준다는 점이 기뻐서 계속 사진 찍으러 나가는데 엄청난 동기가 되고 있어요. 사실 어제는 streetphotography를 건지고 싶어서 땡볕에 혼자 2시간을 넘게 걸었습니다. 어제 낮 최고 기온이 39도였으니, 비록 오후에 걸었다고 하더라도 34도 정도 였을 것 같아요. 그런데 머리가 나쁘면 몸이 고생한다고, 찍어도 될 만한 풍경이 없었습니다. 미리 구글 지도라도 한번 확인할껄 그랬나봐요.
    2개의 사진이 더 당선되어 10개를 채우면 한번에 포스팅 해보려고 합니다. 그날이 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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