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둘째 날, 무스카트에서 출발한 우리는 작은 바닷가 마을인 쿠리얏과 비마 싱크 홀을 지나 약 4시간 거리에 있는 알 아쉬카라로 향했다.
Quriyat

드디어 도착한 작은 마을 쿠리얏. 바다, 몇 개의 모스크와 홍학 농장이 있는 이곳에서 처음 우리의 눈길을 끈 것은 다름 아닌 염소였다. 누군가 방목하는 것 같은 이들 염소는 각자 돌아다니며 따뜻한 곳에서 쉬거나 사람들이 버린 종이를 먹고 있었다.






해수욕을 할만한 시설도 없지만, 그보다 2월 오만의 날씨는 수영하기에 쌀쌀했다. 바람이 세차게 부는 그런 겨울바다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우리 외엔 아무도 없는 해안가에서 푸른 바다를 보고 있으니 답답했던 마음이 풀리는 것만 같았다.

Bimmah Sink Hole
이곳은 물이 고인 원형 분지이다. 운석이 떨어져 발생했다는 전설이 있지만, 석회암 지대가 무너져서 생겼다는 것이 정설이다.


어찌 보면 경기도 포천의 비둘기낭 폭포와 비슷한 것도 같다. 다른 점은 이곳이 더 큰 대신 비둘기낭 폭포에는 폭포와 나무가 많다는 것.

이곳의 또 한가지 특징은, 물에 닥터피시 같은 물고기가 산다는 것이다. 고인 물이라 더러워 수영을 하기엔 적합하지 않지만, 발만 담그고 있노라면 물고기가 모여들어 신기하다. 하지만, 너무 많이 모여들 경우 왠지 부끄러워진다.

Al Ashkharah

무스카트에서 느지막이 출발했던 우리는 저녁이 되어서야 알 아쉬카라에 도착했다. 이 마을은 이방인의 출입이 잦지 않은지, 작은 시내에 들어서자마자 모든 이가 우리 차 안을 쳐다보아서 당황스러웠다. 그나저나 이런 시골 마을에서도 삼성 폰 판매점을 보게 될 줄이야.

허기졌던 우리는 도로변에 있는 식당 한곳으로 들어갔다. 수도인 무스카트를 제외하고는 영어가 통하지 않는다는 얘기에 걱정했지만, 다행히도 이곳 음식점 주인분이 영어를 하셨다. 이곳에선 구운 킹 피시와 구운 닭고기, 채소 카레 등을 주문했는데 예상외로 음식이 모두 맛있었다. 특히 기억에 남는 음식은 토마토와 마늘, 양파 등을 갈아 넣고 만든 생 토마토 수프였는데, 당시에는 집에 가면 똑같이 만들어봐야겠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여행 마지막 날 예상치 못한 사고가 발생한 후 지난 2년간 오만 여행을 기억에서 지워버려 이번에 사진을 꺼내보고 나서야 그 토마토 수프도 함께 기억났다.
이 음식점에서는 잊을 수 없는 기억이 두 가지 더 있다.
여행을 준비할 때 읽은 오만 여행의 주의점 중에는 이성에게 미소를 보이지 말라는 문구가 있었다. 오만에서는 이성에게 미소를 보이는 행동을 이성을 유혹하는 행동으로 간주한다고 한다. 외국인 방문객이 많은 무스카트에서는 음식점과 호텔에서 웃으며 인사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이날 도착한 곳은 무스카트에서 4시간 거리인 작은 시골 마을이었다.
우리에게 주문을 받으러 온 주인아저씨 곁에는 외국인이 신기한 듯 아빠의 손을 잡고 다가온 4~5살 정도의 꼬마 여자아이가 있었다. 보통은 방긋 방긋 웃을 나이일 텐데, 그 아이도, 주인아저씨도 시종일관 무뚝뚝한 표정으로 우리를 쳐다보았다. 때문에 우리 또한 "Thank you"등의 대답을 할 때 실수로 미소를 띠지 않으려 노력했다.
우리가 밥을 먹는 동안 동네 청년들이 음식점에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저녁 시간이니 당연히 밥을 먹으러 온 것일 줄 알았는데, 이들은 외국인, 게다가 이곳에서 잘 볼 수 없는 동아시아인이 신기했나 보다. 밥을 먹을 때만 해도 멀찌감치 서서 우리를 바라보던 그들은, 나와 친구가 화장실로 향하자마자 남편에게 모여들어 악수를 청하고 인사를 나눴다고 한다. 그리고 우리가 돌아오자 뿔뿔이 흩어져 버렸다.
저녁을 먹은 후 들어간 숙소는 아담하지만 굉장히 친절한 곳이었다. 관리실에 있던 천체 망원경이 탐났지만, 차마 빌려달라고 말하기 부끄러웠던 우리는 준비해 갔던 보드게임을 하다 잠이 들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커튼 사이로 비치는 밝은 빛에 눈을 떴다. 밖을 내다보니 바다에서 해가 뜨고 있었다. 숙소가 바다 근처인 것은 알고 있지만, 너무 늦은 밤에 도착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기에, 이렇게 바로 바다가 보이는 곳인 줄은 몰랐다.
게다가, 그토록 보고 싶었던, 마치 동해 같은 바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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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지 정보
● Quriyat, Oman
● Bimmah Sinkhole, Oman
● Al Ashkharah, O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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