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하루는 깨어나서 침대에서 나와 기지개를 한번 크게 켜고 화장실을 다녀와서 고양이들에게 먹이를 주면서 시작이 된다. 여기서 고양이 들이란, 내가 이전 부터 먹이를 주었던 길고양이 미니와 미니가 낳았었던 4마리의 새끼들이다. 숨어 있던 새끼들이 어느정도 덩치가 커지니 어미인 미니를 따라 우리집 뒷문 쪽으로 먹이를 얻어 먹으러 함께 오고 있다.
현재 살고 있는 우리집은 화장실이 한 건물에 붙어 있지만 뒷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야지 들어갈 수 있는 구조이다. 오늘도 어김없이 기지개를 크게 한번 켜고 화장실을 가려고 뒷문을 여는데, 뒷문을 열면 바로 보이는 낡고 오래된 흰테이블 밑에 큰 변들이 널부러져 있었다. 사람 변이라고 하기엔 작고 고양이 변이라고 하기엔 크기가 꽤나 컸다. 어쨌든 바닥에 변이 널부러져 있어서 나도 모르게 “으악 이게뭐야~!”라고 소리 쳤고 내 근처에 있던 미니와 새끼들은 꽤나 컸던 내 목소리에 놀라 정신없이 뿔뿔이 흩어졌다. 좀 전에 깨어난 남자친구 또한 내 목소리를 듣고 놀라 “What happen?(왜, 무슨일이야?)”라고 다급하게 물어봤었고, 놀란 남자친구에게 별일 아니라고 대답하려는 순간 나는 별일이 아닌게 아닌 것을 봐 버렸다. 그건 바로 잘려나간 야생토끼의 대가리였다. 토끼의 대가리는 성인 남자의 주먹만한 꽤 큰 사이즈였고 한쪽 귀 또한 뜯겨나간 상태였다. 그리고 다시 본 탁자 밑에 변들은 변이아닌 토끼의 잘려나간 장기의 일부분이었던 것이다. 나는 정말 기겁을 해서 크게 소리를 질렀고 남자친구는 헐레벌떡 나와서 내가 봤던 관경을 그대로 보았다. 하지만 남자친구는 이 곳 투굴라와의 자연 환경과 비슷한 미국 조지아주에서 태어나서 자랐던 터라 이런 상황에도 생각보다 놀라보이진 않았다. 그저 “Oh~~ Mini Mini!! You are Crazy Cat!!”이라며 어이없이 웃으며 놀란 나를 대신하여 그것들을 눈에 보이지 않는 곳으로 치워주었다. 이 상황에서 나는 문뜩 뱀파이어 영화 속 주인공이 좋아하던 사람이 알고보니 살육을 하는 뱀파이어 였을때 이런 느낌이었을까 하는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사람을 잡아 먹는 수준이었다면 공포감은 상상조차 할 수 없을만큼 배가 되었겠지.)
미니, 사냥꾼이 되다.
처음 미니의 새끼들에게 사료를 먹였던 날이 생각난다. 조그만 새끼들이 너무나도 귀여워서 “먹이를 줄 때쯤이면 자주 볼수 있겠구나!”하면서도 한편으론 “우리는 이 곳에 오래 있진 않을텐데 얘네가 야생 본능을 잃으면 어떻하지?”하고 걱정 하면서 사료를 조금은 부족하게 주었었다. 사람 마음이 참 이상도하지 그렇게 생각을 했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오늘날에 고양이들의 야생의 흔적을 보고도 걱정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토끼의 시체를 본 이날은 내가 아무리 이뻐한 미니더라도 머리를 스다듬지 못할 것 같았다. 하지만 다행인지 그날 하룻동안은 미니와 새끼들을 보지 못했다.
사실 미니가 다른 동물을 사냥한 것을 본건 이번이 처음도 아니었다. 한 2주 전 몸집이 꽤 큰 수염 드래곤 도마뱀을 잡아 새끼들이 있는 곳으로 물어다 주곤 자리를 뜨더니 거리를 두고 지켜보는것을 본 적이 있다. 그 때 도마뱀은 거의 숨만 붙어 있던 상태였고, 새끼들은 건들이면 약간 꿈틀거리는 도마뱀을 그저 신기한 듯 툭툭 건들여 보고는 흥미가 떨어지자 자기네들끼리 장난치며 놀았다. 나는 수염 드래곤 도마뱀 몸집이 그 정도로 큰 것은 본적이 없었기에 신기해서 사진으로 남겨보려고 집안에 있던 디지털 카메라를 얼른가져와 (몸집 사이즈 비교를 위해) 휴대폰을 도마뱀 옆에 두고 사진을 찍고 있는데, 미니는 내가 먹이를 훔쳐갈 것이라고 생각을 했는지 숨조차도 끊겨버린 도마뱀을 물어다 어디론가 사라졌다. 아마 그때 미니가 새끼들에게 야생에서 먹이를 먹는 법을 본격 적으로 가르쳐주기 시작한게 아닌가 싶다. 그 후에도 몇 번 들쥐 새끼를 잡아서 새끼들에게 주는 것을 보았다. 이 때 까지만 해도 그렇게 충격적으로 다가오지 않았었는데 그게 먹다 남은 동물에 시체를 본적이 없어서인지 친근하게 느껴지는 동물들이 아니여서인지는 잘 모르겠다.
미니가 사냥해 온 수염 드래곤 도마뱀.
그 날 일이 꽤 충격적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예전과 다름없이 미니와 새끼들을 좋아하고 있고, 조금 변한게 있다면 뒷 마당에서 고양이들이 기다리고 있으면 이전보다는 조금 더 넉넉하게 먹이를 주고있다. 마당에 사료 이외의 먹이흔적이 없길 바라며 말이다.
호주 워킹홀리데이
- My Cat Friend ‘Mini’. (내 고양이 친구 미니를 소개합니다)(KR/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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